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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lift 240kg, PR

다 써놓고 나중에 읽어보니 별것도 아닌걸로 주저리 주저리 많이도 적었다. 운동과 관련된 내용들은 단지 개인의 경험과 생각일 뿐,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다.

첫 포스팅이다. 심장 터지게 박력있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해 포스팅하는 것이 새로운 시작을 가볍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것저것 생각해보다가, 지난 달 3월에 개인 기록을 경신했던 데드리프트 자세 영상을 박제하는 것과 함께, 운동과 자세 영상 촬영에 대한 생각을 끄적여 보기로 결정했다. 블로그 레이아웃도 테스트 할 겸해서 겸사겸사.

왜 운동하는 영상을 찍지 않나?

사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운동하는 것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에 거부감이 좀 있었다:

  1. 징그럽게 먹고 마셔서 나온 내 배… 뒷구리… 땀 범벅 티셔츠… 영상으로 남기기 싫다고.
  2. 프로 파워리프터가 아니잖아. 다른 사람들이 딱히 볼거리가 없을텐데.
  3. 촬영하려 다른 기구 옆에 휴대폰 요로오오케 살포오오시 놔두는 거 부끄러운데.

기타 여러 이유도 있긴 하지만, 내가 실종되면 부모님께서는 고등학교 졸업사진으로 사람을 찾으셔야 하는 난항을 겪으셔야 하실 정도로 내가 사진에 얼굴을 적나라하게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이유였다.

이것의 극복에 도움을 준 것은 놀랍게도 이 더러운 역병의 시기 였다. 정확히는 마스크. “이게 나”라는 생각을 조금 덜하게 만들어주더라. 목욕탕에 불이 나면 사람들이 얼굴만 가리고 뛰어 나온다고들… 하더라…

그렇다면, 왜 운동하는 영상을 찍는 것이 좋을까?

일단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상이 아니다” 라는 문장을 가슴 한켠에 새긴다. 어느 정도는. 절대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칭찬과 like 버튼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니까.

3년 전 요가를 하면서 겪은 일이다. 부끄러워서 매번 요가원 맨 뒷줄에서 배울때는 내가 느끼는 제 몸의 자세와 실제 자세가 나름 일치한다고 생각했었다. 운동을 몇 년은 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한 번은 지각을 해서 앞에도 거울, 옆에도 거울인 맨 앞줄에서 그 날 아침의 수업이 시작 되었다.

거울에 비친 자세는 엉망이었다. 무릎은 펴지지 않았고 윗등은 공벌레 방어자세… 선생님께서 그 동안 체중으로 미소지으시며 꾹꾹 눌러주셨던게 더 잘펴지라고 도와주셨던게 아니라, 기본 근처라도 해봅시다 제발 아저씨라는 뜻으로 해주신거라니.

다시 본론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수년간 하면서 거울을 보며 자세를 스스로 교정했고, 내 몸은 내가 쓸 줄 안다는 믿음이 요가에서 통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요가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용되는 근육군과 호흡이 다른데 너무 섣부른 자만을 했던 것이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파워리프팅도 마찬가지 이다. 심지어 코치가 옆에서 하나하나 자세를 잡아줘도,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은 무게를 들고 움직이는 것이 힘들기 마련이다. 일상생활에서 삼두근 오버헤드 익스텐션을 다섯 세트 십이회 반복할 만한 경험을 한다는 것은 알비노 호랑이의 개채수 만큼 희귀하지 않을까?

따라서 어느정도 운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mind-muscle connection 을 느끼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떠한 방법이든지 자신의 자세를 볼 수만 있다면 바른 자세를 위해 고칠 부분들을 혼자 파악하기에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사각지대 촬영을 통해 고쳐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의외로 쉽게 찾을지도 모른다. (스크린샷 출처: Squat University)

내가 생각하는 운동 영상 촬영의 장점, 특히 거울과 영상촬영을 놓고 비교했을때 영상의 이점은 이렇다고 생각한다:

  1. Set 과 rep 이 이미 여러번 진행된 후반이나 강도가 높은 운동일 경우, 완료에 집중해서 힘을 쓰다보면 눈에 뵈는게 없 흐트러진 자세를 운동중인 그 순간 파악하기 힘들다.
  2. 따라서 운동이 끝난 후에도 자세를 회고할 수 있다.
  3. 1번과 비슷한 맥락으로, 속도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동작 중 느꼈던 속도가 영상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느리게 느껴지는 경우가 지배적으로 많았는데, 속도 및 가속도 역시 운동에 중요한 요소라서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4. 정면/측면 거울도 좋지만 거울로는 보기 힘든 각도에서 한 번쯤 확인해 보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다. 데드리프트를 예로 들어보면, 상하체의 hinge 동작이 효율적으로 타이밍에 맞게 잘 이루어졌는지, 허리가 과도하게 휘어졌는지, 양발의 무게 이동이 있었는지 등등 비스듬한 뒷쪽 아래 시점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5. 추가로, SNS 에 별도의 계정으로 모아두거나 핀을 꽂아두면 습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실수가, 오늘은 영화에서 CIA 가 확대한 위성영상이 차츰차츰 고해상도로 변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사기같은 경험도 간혹 할 수 있다. 유레카 모먼트의 느낌이다.

SNS

언제 찍을까?

운동 내내 모든 동작을 촬영할 필요는 없다. 이후에 영상을 보는 것이 지루한 업무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세트나 반복의 강도가 높을때 찍는다. (대략 최대중량의 80% 이상쯤) 그 이하에서는 움직임이 어느정도 일관성이 있어서 느끼는 것과 보는것이 거의 일치한다.

최대 중량은 꼭 들어 봐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계산법이 있다만(“대략 10kg 을 5회 들 수 있으면 11.3kg 를 1회 들 수 있다”는 식의 1RM 계산 등), 체육관 출입이 얼마 되지 않았다면, 최대 중량을 가늠하기 보다는, 어느정도 편한 무게범위 내에서 수행한 운동의 첫 set 과 마지막 set 을 촬영해서 비교해 보는게 좋은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

  1. 다른 사람들의 시선 (매우 중요) - “운동하는 나”를 촬영하는 나에 대한 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 같지만 어느정도 경험이 생기면 내 운동에 집중하기 바쁘고, 힘들어서 주변따위 신경쓰이지 않게된다. 어느 시점에 딱 그렇게 되는 것 같은데, 안된다면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애써 외면해 보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 자세, 구경꾼들이 고쳐주지 않는다.
  2. 고성능 카메라 - 휴대폰 카메라로도 충분히 괜찮다. 화각에 따른 왜곡이 생기더라도 자세 확인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써보진 않았지만 작은 삼각대는 유용할 것 같다.
  3. 영상을 위한 영상 - 촬영의 목적은 자세 교정과 그에 따른 부상 방지, 올바른 힘의 사용과 근육의 성장, 건강이다. 전적으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상을 찍기 시작하면 동기부여라는 작은 부스터를 얻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게 될 영상의 “좋아요”만 너무 의식한 나머지 무리한 무게 늘리기, 과도한 가동범위와 반복 등(ego lifting) 으로 인한 부상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게 좋다. 부끄러운 경험담이다.

계속 찍어서 볼 생각이다

앞으로도 취미로 바벨을 계속 들 것이고, 영상도 계속 찍어서 보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특히 최근 데드리프트와 스쾃의 기록 경신이, 기존에 찍었던 영상들을 보면서 데드리프트 시 엉덩이의 높이조절, 스쾃할때 보폭과 팔의 위치 조절등의 과정을 통해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스스로 고쳐야 할 부분들이 아주아주 많다. 앞으로도 더 살펴보고 공부하면 보이지 않던 개선점들이 더 많이 보이게 될거라 확신한다. 혼자 찾아보고 운동하고 있기 때문에 진행은 느리지만, 이런 과정마져도 재미있다. 정말 좋은 취미생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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