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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기인전

체육관을 10년 넘게 다니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에 치여서 운동을 멈춘 3년 정도를 제외하면 1달 이상 건너뛴 적은 없는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을 운동하며 겪은 기인들을 일반화해서 소개해봅니다.

참고로 “헬스장”이라는 말이 조금 간지러운 편이라 “체육관”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 입니다. 혹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1. 수집광

한 세트에 필요한 덤벨이나 플레이트를 모두 자신의 벤치 혹은 랙 앞으로 “이삿짐 센터”해서 타인의 운동을 방해하는 분들입니다. 종종 운동 후 원위치에 가져다 놓지 않으시기도 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피곤해집니다.

2. Invisible Lat Syndrome

허광증 - 자신이 생각하는 광배근의 크기와 실제 크기의 괴리가 있으신 분들입니다. 간혹 복도나 화장실 통로를 지날때 충분한 공간이 있음에도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해가 됩니다. 천사의 날개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시옷(ㅅ)자로 다니시면 곤란합니다.

3. 주시하는 자

자신의 운동을 하는 것 보다 다른 사람들이 운동하는 것을 보는 시간이 많아 보이는 분이 계십니다. 저나 다른 남자분들 운동할때 쳐다보는 걸 딱히 그릇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트레드밀 뛰고 계시거나 루마니안 리프트, 벤트 로우 하시는 여성분들 뒤에서 빤히 쳐다보지 마십시오.

범죄입니다. 저는 정말 신고합니다.

4. 앓는 소리 / 사자후 / 신음..소리..

가장 민폐인 기인의 부류 중 하나 입니다. PR 갱신 시 의지와 상관없이 터져나오는 외마디 비명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매 반복마다 편찮은 소리를 내시거나 굉음을 지르시는 분들, 특히 친구들과 함께 온 남자분들이 많이 그러시는데, 주변인들의 집중을 방해하는 아주 해로운 행위입니다. 이따금씩 혼자 오시면 숨소리도 안들리게 잘 하시면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그리고 복압이 유지되어야 하는 동작들의 시작부터 소리를 지르시면 압 다빠져나갑니다. 다쳐요.

5. 헐크 스매쉬

체육관 관장님이 제일 싫어하시는 부류입니다. 덤벨 벤치프레스 후 덤벨 집어 던지기, 데드리프트 후 랙이나 바닥에 내리 꽂기(플랫폼 위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케이블 머신 마지막 반복에 단두대 줄 자르듯 미련없이 놓아버리기 등등, 아주 그릇된 행위입니다. 상기 4번과 같은 맥락으로 소음으로 인해 타인에게 방해가 됨은 물론, 기구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멋있어 보이는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행동이 아닙니다.

6. Sittin’ here pretty

벤치나 머신에 앉아서 쉴수도 있습니다. 세트간 휴식이 필요하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휴식이 휴가같은 분들이 계십니다. 자리를 차지한 장시간의 카톡과 유튜브 시청은 뒤에서 기다리는 분들의 근손실을 유발합니다. 타인의 시간도 소중합니다.

엄지손가락 운동은 집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7. 슬라임

체육관에 비치된 수건은 땀을 닦으라는 것입니다. 얼굴에서 흐르는 땀도 땀이고, 본인이 벤치에 흥건하게 흘려놓은 땀도 땀입니다. 잘 닦아주셔야 합니다. 비치된 수건이 없으면 스포츠타올 몇 개 구입하세요. 2-3천원 밖에 안하는데 흡수 잘 되고, 세탁도 편하며, 잘 마릅니다.

흘린 땀을 잘 닦고 수분 섭취를 하도록 합시다.

8. 노출광

갑자기 웃통을 훌렁 벗어 던지고 운동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남들 근육 보는 것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땀도 많이 튀고요. 특히 레깅스 입으신 남자분들은 상의를 좀 긴 것으로 입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아시죠?

자신의 아름다운 몸은 혼자 감상하도록 합시다.

9. 거울아 거울아

나르시시즘은 좋습니다. 자신감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거울 보면서 자기 몸을 더듬거리는 건, 안타까울 정도로 사람이 없어보입니다. 특히! 가슴 운동 매 세트마다 거울 보면서 유사착유행위 하시는 분들… 제발 멈춰 주십시오. 그런다고 근육이 무럭무럭 자라나지 않아요!

Gym Etiquette

체육관은 자신의 건강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같은 목적과 생각을 갖고 함께하는 모두의 공간입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물론, 기인으로 기억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득근!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Rules of the game

2022 Spring